
오늘 경기는 비록 졌지만 박지성의 컨디션이 전성기 시절과 흡사하게 올라왔다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입니다. 오늘 맨유 공격에서 가장 위협적이었던 선수는 바로 박지성일 정도였으니까요. (다른 선수들이 좀 부진하긴 했습니다만.) 박지성의 폼은 보통 볼터치 하는 것을 보면 바로 보이는데요. 폼이 좋지 않을 때는 맨유에서 뛰는 선수 맞나 싶을 정도로 퍼스트 터치나 기본 볼 트래핑이 불안하고, 드리블 시에 제대로 볼을 치면서 가속해서 달리지 못합니다. 그래서 패스 위주로 경기 풀어가는 상황이 많게 되고 드리블에도 자신이 없기 때문에 돌파도 잘 시도하지 않고 백패스해서 돌아나가고 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그럼에도 워낙 경기를 읽는 눈이 좋고 열심히 뛰기 때문에 부상에서 돌아올 때마다 어김없이 퍼거슨 감독의 선택을 받았었습니다.
사실 박지성의 폼이 많이 올라왔다고 느낀 건 저번 에버튼 전이었습니다. 수비수를 앞에 놓고 드리블 돌파 시도를 하는 점이나 볼터치하는 느낌이 굉장히 자연스럽게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그 후로 3경기 연속 결장을 했지만 오늘 선발로 나오면 그동안 많이 쉬면서 체력도 비축하고 컨디션도 좋을 것으로 예상이 되서 잘 할 거 같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역시나 오늘 맨유 선수 중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었습니다. 사실 그 동안 맨유에서 4년여 뛰면서 이 정도 폼이면 주전 어느정도 가능하겠다 하는 시점에서 부상 당하는 일이 반복 되면서 상당히 안타까웠었는데, 이번 시즌에는 그런 일들이 또 다시 일어나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데뷔시즌인 05/06 시즌부터 돌이켜보면, 이 때는 PSV시절의 자신감이 이어져서 맨유에서도 플레이 할 때 전혀 주눅들지 않고 경기를 해서 비록 공격 포인트는 적었지만 반니스텔루이, 루니와의 호흡이 상당히 좋았었던 시기였습니다. 이 폼은 06/07 프리시즌 때도 보여지다가 (이 때 맨유 프리시즌 한 경기를 보았었는데 아직도 기억이 나는 것이, 엄청난 활동량에 볼터치가 거의 완벽하다고 할 정도로 흠 잡을 곳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상당히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초반 몇 경기 이후에 부상을 당하면서 06/07 후반기에 돌아와서 5골을 몰아쳤었고 이제 물이 좀 올랐다 싶을 때쯤 다시 큰 무릎부상을 당하면서 미국까지 건너가서 수술하고 거의 1년여를 쉬었죠. 그리고 또 07/08 후반기에 돌아와서 챔피언스리그 8강 4강전의 엄청난 활약으로 맨유가 우승하는데에 큰 공헌을 했습니다. (비록 결승전엔 출전 제외 되었지만 말이죠. 망할 퍼영감탱이...) 그리고 시즌 잘 끝났다 싶더니 또 국가대표 소집해서 무릎에 물이 차는 바람에 시즌 초반 몇 경기 출장을 못 하고, 그리고 돌아와서 올시즌 초반 몇 경기까지 불안한 볼터치를 보여주더니 이번엔 쉰 기간이 짧아서인지 금방 완벽한 폼을 회복한 느낌입니다.
이제 박지성에게 바라는 것은 딱 한가지 뿐입니다. '부상만 당하지 말아라.' 부상만 없으면 현재 컨디션이 올라온 박지성에게 나니는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나니가 슈팅력과 드리블이 쓸만해서 한 방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다른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은 박지성에 비해 한참 모자랍니다. 사실 올시즌 초반 맨유 경기를 보면서 박지성은 선발 출전하더라도 후반 초반까지 경기가 풀리지 않을경우 항상 교체 1순위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경기는 그럭저럭 잘 풀어가지만, 폼이 완전히 오른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절대 드리블 돌파같은 무리한 플레이를 하지 않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죠. 사실 이 부분은 박지성의 성격하고 좀 관련이 있는 듯한 것이 호날두 같은 녀석은 폼이 안 좋아도 드리블 돌파를 계속 시도하면서 볼을 뺏겨도 개의치 않는 반면에 (자기가 에이스니까 그런 것도 있겠지만) 박지성은 성격상의 문제도 있고 팀 내 위치가 확고한 상황이 아니어서 (본인이 에이스였던 PSV시절에는 항상 과감했죠.) 폼이 완전치 않을 때는 절대 돌파하다가 뺏기는 상황을 연출하지 않습니다. 이 부분은 항상 아쉬운 부분입니다.
오늘 경기에서는 나니가 후반 초반부터 몸을 풀었지만 박지성이 워낙 잘하다 보니까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을 빼지 않았습니다. (뭐 다른 선수들이 좀 부진했던 면도 있습니다만...) 어쨌든 박지성은 경기를 계속 뛰면서 자신감이 더욱 상승될 것이고, 부상없이 이대로만 폼을 유지해준다면 맨유의 판타스틱 4는 베르바토프, 루니, 호날두, 그리고 박지성이 될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이것은 오늘 한 경기 잘했다고 설레발 치는 것이 아니고 PSV시절부터 수년간 박지성을 지켜보면서 항상 생각했던 점입니다. 제발 이번 시즌만은 부상없이 한 시즌을 끝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동안 2시즌 연속 부상으로 반을 날려버리면서도 돌아와서 항상 제 역할을 해줬던 만큼, 부상만 없이 풀시즌을 보낼 수 있다면 이번 시즌이 끝났을 때 박지성 대한 평가가 어느정도일지, 또 맨유에서 박지성의 입지가 어느정도 일지 확실히 알 수 있는 시즌이 될 것입니다.







덧글
박태경 2008/11/11 00:38 # 삭제 답글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든 선수들의 필연이라고 할수 있는 이 부상 때문에 문제죠.. psv아인트호벤 네덜란드리그 4강중 한팀이라고 할수 이팀에서 박지성의 활약은 대단했죠. 나름 좌절도 겪었지만 과감하게 하는 플레이가 좋았는데 지금은 솔직히 패스위주 쪽으로 많이 치우치니깐 아쉬운점이 많았습니다.하지만 어제 아스널 경기 이후 ... 정말 이제 박지성의 부활을 볼수 있을지 기대해봅니다. 박지성 선수 화이팅!! ㅋㅋ